안녕하세요, 간헐적 냉방병으로 고생 중인 장준영입니다.
좋아하는 것에는 까다로워지는 편입니다. 먹는 것, 보는 것, 하는 것 다 그렇습니다. 그중 하나가 액션 영화입니다. 제 취향에 맞는 액션 영화에는 열광하는데, 그렇지 못한 액션 영화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존 윅'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검은 머리와 검은 수염 기른 중년 남자가 검은 양복 입고 검은 개를 데리고 다니며 검은 총을 쏘아대는 영화입니다. 얼마 전 시리즈를 다시 정주행했는데요. 역시나 재밌습니다. 무엇보다 액션씬을 참 잘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리며 탄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멋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겠죠.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평소 '좋은 액션씬'에 대한 저만의 기준 같은 건데요.
우선 리액션이 훌륭합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액션씬이란 언제나 '때리는 행위(액션)'와 '맞는 행위(리액션)'의 조합으로 구성됩니다. 그리고 액션씬의 임팩트는 말이죠. 액션이 아닌 리액션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잖아요. 마석도가 아무리 강한 핵주먹을 날려도 맞는 사람이 평범하게 쓰러지면, 해당 액션씬의 쾌감은 딱 그 정도에서 끝나고 마는 겁니다.
이건 주먹이든, 총이든, 폭탄이든, 카체이싱이든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존 윅의 액션씬은 처음부터 끝까지 리액션에 인색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적을 테이블에 메칠 때 테이블이 부서지고 몸이 바닥에 부딪히는 쪽을 화면 가득 담아 둔탁함을 전달한다거나, 총격전에서 근접 사격을 당한 적이 뒤로 밀려나는 연출을 통해 액션의 무게감을 나타냅니다. 또 액션씬 대부분이 카메라가 뒤로 물러서서 길게 촬영하는 롱테이크로 이뤄지는데요. 적이 비틀거리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다 총에 맞아 쓰러지는 일련의 과정을 편집없이 보여줘 관객으로 하여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사실 액션 영화 팬들에게 롱테이크는 언제나 선물 같은 겁니다).
이게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좋은 리액션은 순전히 배우의 숙련도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더 사실적으로 맞고 쓰러지려면 배우들 간의 합이 정교하게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별도의 훈련 기간이 필요한 데다 부상 위험도 크고 촬영 기간도 길어지다보니 적지 않은 액션 영화에서는 이를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극단적으로 짧은 컷, 쓸데없이 웅장한 효과음으로 대체하곤 합니다. 요컨대 무능한 액션을 편집 기술로 숨긴다고나 할까요.
보통 액션을 소화하기에는 주연 배우가 너무 나이 들었거나(테이큰), 혹은 액션 장면이 메인이 아닌 경우(마블 시리즈) 이런 편법이 애용되며, 누가 어디를 어떻게 때리는 건지 전혀 알아볼 수 없는 혼란스런 액션씬이 이렇게 탄생합니다.
존 윅 액션이 좋은 또 한 가지 이유는요. 주인공의 처절함입니다. 존 윅은 시리즈 내내 얻어 맞습니다. 차에 치이고, 칼에 찔리고, 총 맞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집니다. 그리고 아주 아파합니다. 눈에 띄게 헐떡이고, 휘청거리고, 절뚝이죠. 부상은 결코 마법처럼 회복되지 않으며 영화 내내 발목을 잡습니다.
바로 이 점이 존 윅 시리즈의 차별점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제대로 아파하기 때문에 관객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그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믿게 되며, 그게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긴장감만큼 액션씬의 카타르시스가 살아나는 것이죠.
결국 이런 것들이 모일수록 그 액션씬은 점점 더 '진짜 같은' 느낌을 주게 되는데요. 그래서 제가 존 윅을 볼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움찔거렸나봅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좋은 액션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앞으로 100일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액션 명작을 돌려봐야겠습니다. 그럼 액션 이야기는 그때 다시 들려드리도록 하고요. 모두 무더위 조심하시고, 냉방병은 더욱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