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최석영입니다.
정말, 여름입니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에 숨이 턱 막히는데요. 당장 물에 뛰어들고 싶은 심정입니다만, 그럴 수는 없죠. 대신 저는 뜨거워지는 기온만큼 강렬한 공포 영화를 시청합니다. 일상의 피서지랄까요. 더위를 잊을 자극을 찾는 샘이 제겐 공포 영화인 셈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최근 개봉한 공포 영화 한 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지난달 27일 개봉한 <백룸>. 기이한 공간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요.
영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지만,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백룸>이 영화가 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이 영화의 출발점이 기성 시나리오 작가의 머릿속이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 돌아다니던 디지털 괴담이었기 때문인데요.
현실 세계의 어딘가에서 버그가 발생해 도달하게 된다는 노란색 미궁, 백룸. 낡은 벽지와 웅웅거리는 형광등 소리만 가득한 이 텅 빈 공간은, 익숙한 곳이 낯설게 느껴질 때 오는 현대인들의 심리적 고립감을 자극하며 전 세계 네티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이 괴담에 압도적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할리우드의 주목을 이끌어낸 주역은 놀랍게도 2005년생 유튜버 '케인 파슨스'. 어릴 적 건강 문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홀로 3D 그래픽 기술을 독학했고, 만 16살이던 2022년, 90년대 캠코더 질감을 완벽 재현한 백룸 단편 영상을 유튜브에 선보였습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연출된 이 감각적인 영상은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터넷을 흔들었고,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시선까지 단숨에 사로잡았죠.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독창적인 배급사 A24와 호러 영화의 거장 제임스 완 감독은 이 고등학생 유튜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올해 만 20세 나이로 자신의 유튜브 세계관을 확장한 장편 영화 <백룸>의 메가폰을 직접 잡으며, A24 역사상 최연소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작은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된 상상력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구현된 영화 <백룸>. 채널 주인이 직접 연출해 특유의 눅눅하고 기괴한 미장센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이 디지털 미궁 속으로, 이번 주말 시원한 피서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