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입니다. 한결 가벼워진 공기가 아침잠을 깨웁니다. 침대 구석에 뭉쳐둔 이불을 배 위로 끌어올립니다. 코끝에 한기가 맺힙니다. 이제 열어둔 창문을 닫을 날이 온 것 같군요.
제게 가을은 상념에 잠기는 계절입니다. 온도의 변화와 풍경의 변화는 새로운 질문이 됩니다. 닿는 것과 보이는 것이 달라질 때면 제 안에서도 불현듯 '너도 뭐 하나 달라져야 하지 않겠니'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합니다.
하지만 속삭임의 답은 쉽사리 내놓지 못합니다. 대개 응석 부리듯 대꾸하다, 또 우물쭈물 말끝을 흐리며 흘려보냅니다. 낙엽이 떨어질 때면 계절의 질문도 같이 사그라듭니다. 옷깃을 여미고 한 해의 월동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가을에는 '상념'입니다. '집념'으로 자라지 못한 숱한 생각들이 매해의 가을을 이룹니다.
AI에 생각을 맡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사고의 외주화'라고 하죠. 효율화라는 명분 아래 AI에게 생각의 기초를 넘겨줍니다. 그러는 사이 봄이 갔고 여름이 갔고 가을이 왔습니다. 문득 가슴이 철렁합니다. 가을의 상념이 되었을지도 모를 생각 덩어리들을 생성형 AI에 집어넣는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조금 기다리면, 무형의 생각들은 그럴싸한 논리로 돌아옵니다. 저는 결국 타협합니다. 이 일목요연한 논리를 저의 결론으로 채택하기로요.
그럴수록 제 안의 밀도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모든 생각의 선두를 AI가 이끈달까요. 그리고 이 속도전에 상념이 머물 자리는 없습니다. AI에게 가을의 하루는 어제와 오늘, 내일의 24시간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가을이 왠지 낯설어 보이는 건 그 때문일까요. 사라진 생각들과 함께 또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너무 늦기 전에 잊힌 상념을 복원해야겠습니다. 저는 아직 가을의 상념을 허락하고 싶습니다.
INTERVIEW
“날것의 목소리로 신차를 빚어내다” 현대차의 UX 전략
작년 7월 현대차 강남대로사옥에 'UX 스튜디오'가 들어섰습니다. 누구나 방문해 현대차 신기술을 경험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모빌리티 업계 최초의 개방형 UX 리서치 공간이었는데요.
당시 미디어는 물론, UX 실무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현대차 같은 회사는 UX 리서치를 어떻게 하는 걸까?' 하고서요. 프로페셔널 참관 프로그램은 반차를 내가며 신청하는 실무자들이 몰린 탓에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현대차 UX 스튜디오는 당초의 목적대로 잘 굴러가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입니다. 현대차 UX 전략팀을 만나 5만명의 유저 보이스가 신차 개발에 적용된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국내 은행 앱으로 배우는 UX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금융앱의 고질적인 문제를 꼬집는 게시물들이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강제 업데이트, 뒤늦은 가입 불가 안내, 앱 분리 운영 등을 가이드북 형태로 풍자한 것인데요.
<디지털 인사이트>의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 뒤엔 오랜 기간 파편화된 금융 조직, 보안 및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지적합니다. 보안상 최신 버전이 강제되고, 분리된 조직이 원앱 전략의 걸림돌이 되며, 특유의 플랫폼 구축 방식이 신규 앱 설치를 강제한다는 분석이죠.
그러나 개발 복잡성을 핑계로 사용자에 불편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실제 검증 시점을 앞당겨 조건 미달을 조기 안내하는 등, 설계 개선으로 해결 가능한 불편들도 있죠.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디지털 인사이트>와 함께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