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사에선 주로 UI·UX 디자인을 이야기하지만 뉴스레터에선 게임과 게임 업계 이야기도 종종 다루고 있는 디지털 인사이트 김동욱 기자입니다.
그동안 여러 게임사들의 독특한 문화나 특징 이야기를 했는데요. 여러분들은 국내 게이머들의 독특한 특징이나 문화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PC방? 온라인·모바일 게임 위주의 사용자 분포?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이번에 이야기하고 싶은 문화는 '비공식 유저 한글 패치' 문화입니다.
유저 한글 패치란 게임을 개발·유통하는 게임사들과는 별개로 해당 게임을 좋아하는 팬 및 사용자들이 자체적으로 모여서 팀을 꾸려서 스스로 게임을 한국어로 즐기기 위해 제작한 로컬라이제이션 모드입니다.
이런 한글 패치 제작 문화는 과거 1990년대~2000년대 초반 해외 PC·콘솔 비디오 게임들이 국내에 정식 출시해도 대부분 영어판으로만 출시되는 상황에 언어의 장벽으로 게임을 즐기지 못한 사용자들을 돕기 위해 시작된 것인데요.
주목할 만한 점은 따로 보수나 보상을 받지 않고서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팀원들이 모이는 재능 기부, 봉사의 성격을 띄고 있으며, 단순 텍스트 자막만 띄우는 것이 아닌 폰트 적용, UI 수정, 심지어는 일부 그래픽 에셋까지 수정해 한국어를 제공하는 종합적으로 높은 퀄리티의 현지화가 이뤄져 게임 제작·유통사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점인데요.
대표적으로 <더 위쳐2 왕들의 암살자> 게임의 한글 패치는 뛰어난 퀄리티와 한국어 지원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폴란드에 위치한 CD 프로젝트 레드가 공식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물론, 차기작 <더 위쳐3 와일드 헌트> <사이버펑크 2077> 등에 공식 한국어 언어 지원이 들어가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 한국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지고, 불법복제 이용률이 줄어들면서 AAA급 대형 게임들의 경우 공식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소규모 인디 게임들의 경우 이런 한글 패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여전히 한글 패치는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데요.
물론 아무리 긍정적인 의도로 제작하는 모드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어 번역을 적용하기 위해선 게임 내 파일을 변경하게 되는데, 원본 코드의 기능이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는 파일을 재배포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어긋나는 행위가 될 수 있는데요. 또한 배포 과정에 어떤 바이러스나 오류가 있을지 모른다는 위험도도 존재하죠. 때문에 일부 게임사들의 경우 이런 비공식 로컬라이징 패치를 금지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한글 패치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고로 저는 직접 두 번 한글 패치 제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올바르게만 배포된다면 이런 한글 패치 문화는 앞으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