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민호 기자입니다. 길었던 연휴가 끝났습니다. 연휴에 가장 하고 싶었던 건 잠을 푹 자는 일이었습니다. 본가에 다녀오고 하느라 생각만큼 원 없이 잘 수 없었기는 하지만요.
숙면은 제 오랜 숙제입니다. 잠에 못 드는 건 아니고, 깊은 잠을 잘 못 잡니다. 아침잠이 정말 없을 때는 6시 전에 칼같이 눈을 떴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영화 <퍼펙트데이즈>를 틀고 첫 장면부터 시작되는 주인공 히라야마씨의 아침 준비 시퀸스와 함께 출근을 준비하는 루틴이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침잠이 좀 있는 편입니다. 차이가 뭘까 하면 꽤 명확한데요. 주기적인 운동이나 러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제가 찾은 변화의 원인은 '불안'입니다. 마음에 불안이나 걱정이 많으면 숙면이 어렵습니다. 괜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고민 많은 주인공이 침대에서 뒤척이는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니죠.
반대로 걱정이 없으면 숙면의 질이 확연히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도 그랬거든요. 요즘 걱정이 별로 없습니다. 드라마틱한 일상에 변화가 있는 건 아니고요. 여전히 같은 회사 다니고, 비슷하게 일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내는가 것 같습니다. 저는 마음은 크기가 정해진 집과 같다고 자주 비유합니다.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마음에 담아낼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비워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취나 기쁨, 행복은 자연히 희석됩니다. 월요일에 좋은 일이 있었다고 금요일까지 기쁘기는 어렵죠.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은 저절로 옅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마음에 자리 잡은 미움이라던가 슬픔, 치욕과 같은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뿌리를 내리는 것만 같을 때가 있죠.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건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잘 비워내는 일인 것 같습니다. 방법은 다양할 텐데요. 등산이나 산책이 될 수도 있고, 러닝처럼 운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영화, 드라마를 보는 일일 수도 있고, 좋은 사람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편안하거나 행복을 느끼는 일을 찾아 행복감으로 부정적인 파편을 밀어내는 것이겠죠.
종종 인터뷰나 미팅 자리에서도 불안에 대한 사담을 나누고는 합니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는 C레벨, 대표 같은 분들도 모두 마음 속의 불안을 지워가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더라고요. 어쩌면 산다는 건 그렇게 불안과의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무게를 잡아가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었던 이번 연휴는 이렇게 마음 정리하기에 제법 괜찮은 때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이번 연휴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잘 정돈하셨나요? 부디 그랬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