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평소보다 조금 더 걸었더군요.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각각 3만 보를 걸었고, 어제인 월요일에도 어찌저찌 2만5000보를 걸었습니다. 시간으로는 15시간, 거리로는 약 60km입니다. 사흘간 서울에서 가평까지 걸은 셈이네요.
주말에 뭐했느냐고 물으신다면 특별히 한 건 없습니다. 어디 멀리 외출한 것도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 산책 좀하고, 집에 들어가서 쉬다가 밤에 다시 동네 산책 나간 게 다인데요.
다만 지난 토요일에는 밤 산책이 꽤나 즐거워서 폭주하고 말았습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걸었는데요. 그 어두운 밤에 대체 뭘했는지 기억도 잘 안납니다. 그날따라 발걸음이 가볍고 공기도 좋고 사람도 없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도 술술 풀려서 홀린듯 걸었던 것 같습니다.
걷기와 비슷한 것들도 좋아합니다. 네발 걷기, 난간 걷기를 가장 즐깁니다. 네발 걷기는 말 그대로 땅에 두 손, 두 발을 짚은 채 네발 짐승처럼 이동하는 동작입니다. 파쿠르 선수나 격투기 선수들의 컨디셔닝으로도 애용되는 운동인데요. 보통 낮에 혼자 네발 걷기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봐서 늦은 밤 한적한 공원에서 걷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안 쳐다보는데 동네 고양이들이 몰려와 쳐다봅니다.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들, 한 밤의 네발 걷기 추천합니다.
그래도 그냥 걷기를 가장 많이 합니다. 걷기 예찬론자라든가, 걷기를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까지는 아니지만요. 걷기만큼 덜 귀찮은 취미가 또 없는 것 같습니다. 몸뚱이 하나 들고 문 밖을 나서면 끝입니다. 취미에도 강한 의지력이 필요한 시대에, 가장 대충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이랄까요.
그래서 걸으면 뭐가 좋으냐고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레터를 쓰면서 깨달은 건데 그렇게 평생 걸어 놓고 '걷기의 효능' 같은 걸 생각해본 적이 없더군요. 그래서 제미나이에 물었습니다. 걷기의 효능 알려줘.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답변을 내놓습니다.
"심혈관 질환 예방, 체중 관리, 근육 및 관절 강화, 당뇨병 관리, 스트레스 해소, 인지 능력 강화, 창의력 향상에 좋습니다. 매일 30분만 꾸준히 걸어도 만성 질환의 위험이 30~40% 감소합니다. 혹시 현재 무릎 상태나 운동 목적에 맞춰 더 구체적인 걷기 루틴을 짜 드릴까요?"
어쩐지 백숙집 벽에 붙어있는 '목이버섯의 효능' 같은 전단지를 읽는 기분이라 그리 신뢰가 가진 않습니다만, 분명 건강에 좋은 건 맞을 겁니다.
제 경우엔 다른 부분에서 효능을 느낍니다. 걷기는 값싸고 효과 탁월한 뇌 청소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보통 걷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의식적으로 고민거리를 붙잡고 늘어진다기 보다는, 평소에는 감지조차 못했던 상념의 파편이나 아이디어 조각이 걷는 중 불쑥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의 속도와 발걸음의 속도가 잘 맞아떨어질 때면 리듬감있게 사색할 수 있고요. 그렇게 충만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쩐지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특별히 대단한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그 개운함이 그냥 좋더라고요. 그래서 주말에 3만 보씩 걸었나 봅니다.
이왕 걷기를 주제로 레터 썼으니 혹시나 싶어 검색을 좀 해봤는데요. 역시나 걷기 협회가 있습니다. 사단법인만 해도 여러 군데로, 걷기기도자 자격증도 있습니다. 걷기트레이닝법, 질환별걷기, 트레킹지도법, 노르딕워킹지도법, 맨발걷기, 걷기스토리텔링 등을 배우면 다른 사람에게 올바른 걷기 이론과 자세를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
제가 비록 걷기지도자 자격증은 없지만 그래도 즐겁고 편안하게 걷는 경험 정도는 공유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걷고 싶은 분 연락주세요. 3만 보까지는 아니더라도요. 뭐 2만7000보 정도는 같이 걸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날이 추워서 땀이 안납니다. 걷기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버스 정류장 한 정거장 거리부터 시도해보심이 어떨까요. 모두 매일 30분씩 걷고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