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지털 인사이트 김동욱 기자입니다. 이번에 새로운 디자인의 디레터로 인사드리게 됐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전보다 뉴스레터 콘텐츠 집중이 쉽고 깔끔해졌다는 느낌이어서 만족 중이랍니다!
아무튼 다시 기자의 썰로 돌아와, 오늘은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스팀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스팀은 밸브 코퍼레이션이 운영 중인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ESD)으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게임 플랫폼입니다.
2026년 초 기준 12만 개 이상의 게임들이 스팀에 존재하며, 작년 12월엔 1달 만에 16억 달러를 넘는 금액을 벌어들일 정도로 전 세계 수많은 게이머들은 물론, 게임 제작/유통사들까지 스팀을 애용하는데요. 저 역시 스팀을 이용한지 15년이 넘어갑니다.
이런 스팀이 만들어낸 재미난 현상 중 하나가 바로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하지 않는 게이머들'입니다. 말 그대로 돈을 지불하고 구매하기까지 한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인데요. 지금도 수많은 스팀 사용자들은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하지 않으며, 심지어 아직 다 완료하지 않은 게임들이 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도, 게임들을 구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특이한 형태의 게임 구매에 있어서 사용자들이 불만을 표하거나, 스팀을 비판하는 사용자들은 없고 오히려 '게임 모으는 게임'이라고 말하면서 유쾌하게 받아들인 것은 물론, 이를 스팀의 특징 중 하나로 이야기한다는 점인데요.
실제 국내외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선 정기 할인 시즌 때마다 이미 라이브러리에 플레이 안한 게임들이 쌓여 있으면서도 게임을 구매하는 유저들과 돈을 쓸어 담는 게이브 뉴웰 밸브 코퍼레이션 사장의 모습이 담긴 유머 게시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작년엔 이렇게 방치된 게임들이 보스로 등장하는 유쾌한 콘셉트의 게임이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죠. 이런 모습들은 사용자들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게임을 구매한 것만으로도 소유욕을 필두로 한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스팀이 오랜 기간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분석도 여럿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스팀이 팔고 있는 것은 '언젠가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은 할인 기회'라는 분석입니다.
쉽게 말해 많은 스팀 유저들에게 있어서 게임 구매는 당장 플레이를 전제로 한 결정이라기보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미래의 선택지를 미리 확보하는 행위에 가깝다는 것이고, 여기에 스팀은 정기적인 대규모 세일 이벤트와 정교한 할인 구조를 통해 이런 선택지를 지속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 게임 산업 분석가 크리스 주코우스키는 작년 "스팀 사용자의 51.5%가 구매한 게임의 절반도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지적하며 "하루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밸브는 ‘언젠가 플레이할지도 모를 미래의 시간’을 전제로 게임을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고 스팀 사용자의 소비 패턴은 플레이 여부와 관계없이 구매 자체가 하나의 만족 요소로 작용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는데요.
여러분들은 이런 스팀 사용자들처럼 구매 자체에 만족감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나중에 볼 것이라고 미리 책을 사거나, 나중에 볼 것이라고 미리 영화를 구매하거나, 나중에 사용할 것이라고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으신가요? 참고로 저는 연휴나 주말 시간을 사용해 51.5%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매번 실패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