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요즘 자주 인사드리게 된 김동욱 기자입니다.
여러분들은 '트레일러(Trailer)'라는 말을 아시나요? 게임이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라면 익숙할만한 단어인데요. 본래 영화 산업에서 유래한 용어인 트레일러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관객들에게 핵심 내용을 짧게 보여주는 '예고편'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왜 오늘날 예고편과 다르게 뒤에서 따라가거나 끌려간다는 트레일(Trail)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일까요? 여기엔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사실 1910년대 영화 산업 초기에 트레일러는 오늘날과 다르게 영화가 시작되기 전이 아니라 본편 영화가 모두 끝난 뒤에 재생됐습니다.
1913년 미국 플레이하우스 극장의 광고 매니저였던 닐스 그랜런드(Nils Granlund)는 뮤지컬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리허설 장면을 편집해 영화 뒤에 붙였는데요. 이후 여러 영화 제작 배급사들이 이 방식이 관객을 극장에 다시 불러 모으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업계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죠. 그 과정에서 영화가 끝나고 나가버리는 관객들을 잡기 위해 영화 시작 전에 틀어주게 되고, 오늘날 우리가 아는 예고편의 형태가 된 것입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 오늘날 이런 트레일러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애니메이션, 그리고 이번에 이야기할 게임까지 여러 업계가 애용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모든 것들이 그렇듯 트레일러도 항상 좋게만 사용되는 법은 아닙니다. 트레일러에서 묘사되거나 공개돼 출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끌어모은 영화, 드라마, 게임이 정작 출시된 상태엔 없거나 완전히 달라져 있는 '트레일러 사기'가 오늘날 여러 업계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게임 업계에선 아예 트레일러 공개용으로 별도의 단편 빌드를 개발해 정식 출시에선 그래픽 비주얼을 다운그레이드하는 것은 기본에, 본편 게임엔 포함되지 않을 기능들을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포장하기까지 하는 등 소비자인 게이머들의 불만은 꽤 큰 상태입니다. 심지어 게임 개발 업계에서도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 <오리와 도깨비 불>, <오리와 눈먼 숲>의 제작사 문 스튜디오의 설립자 토마스 말러는 "모든 것이 과대광고와 거짓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을 때, 나는 정말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정직하게 자신의 제품을 보여준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낸 탓에 완전히 망신을 당한 것이다"며 <노 맨즈 스카이>의 트레일러 사기를 비판했죠.
물론 이에 대한 업계의 변명도 있습니다. 긴 개발 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퍼포먼스 최적화를 위해 그래픽 비주얼을 다운그레이드 하거나, 기획 및 각본 변경으로 스토리가 변경되거나, 개발 도중인 빌드에선 작동하던 기능이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실제 출시 빌드엔 넣지 못하게 된다거나 하는 일은 흔한 일이기에 의도하고 거짓말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실제 <더 위쳐> 시리즈의 제작사로 유명한 CD 프로젝트 레드의 창립자 마르친 이빈스키는 트레일러에 비해 정식 출시 버전의 게임 그래픽 비주얼이 다운그레이드 됐다는 비판에 "트레일러의 그래픽을 유지했다면 최적화 문제로 콘솔 버전을 출시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콘솔 덕분에 높은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었고, 개발 예산도 늘려 거대하고 광활한 세계를 구축하는 데 더욱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면서 "이것이 게임 개발의 본질이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여러분들은 이런 트레일러 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런 개발자들의 이야기나 비화를 듣더라도 출시 전 예약 구매로 출시 전 게임을 미리 판매하는 게임 업계의 특성상 이런 트레일러 사기는 가급적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