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주 만에 인사드리는 장준영입니다.
요즘 <디지털 인사이트>에서 기획 콘텐츠를 하나 연재 중입니다. 지난 레터에서도 소개됐던 '공공언어 실태 진단' 시리즈입니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전환을 마주한 공공 서비스건만, 여전히 사용자 입장에선 언어 이해부터 난관입니다. 생소한 단어와 복잡한 문장 탓에 헤맸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안 좋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관련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리즈의 취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디지털 공공 서비스의 언어 실태를 정량적으로 살펴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주 1편이 나왔고 나머지 시리즈는 이번주~다음주 내로 발행될 예정인데요. 취재 내용을 미리 살펴본 입장에서 몇 가지 힌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사용자 인식입니다.
1편에선 <디지털 인사이트> 독자 31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습니다. 이중 44%가 현재 공공언어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낯선 행정 및 전문용어'와 '불친절한 메뉴명'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혔는데요. 이 탓에 "업무 처리를 중간에 포기했다"는 응답자도 3분의 1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사용자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발생한 일일 테죠. 이에 2편에서는 국내 주요 공공 웹사이트가 공공용어를 얼마나 잘 준수하고 있는지 전수 조사했습니다. 국내 최초의 시도인데요.
취재에는 국내 최대 UX 라이팅 기업 와이어링크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체 솔루션을 활용해 35개 대표 공공 웹사이트에 존재하는 텍스트를 수집, 국립국어원 공공용어 기준과 비교해 준수율을 분석한 결과, 사용자는 평균 10개 텍스트 중 1~2개꼴로 비공공용어를 마주치고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발견된 비공공용어는 '시스템' '홈페이지' '데이터' 등이었으며, 특히 '신고 센터'와 '공지 사항'은 각각 '신고소'와 '알리는 말씀'이라는 순화어가 존재함에도 모든 웹사이트에서 비공공용어로 사용됐습니다.
3편에서는 용어 혼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용어 준수율보다 더 큰 문제는 어쩌면 공공기관마다 사용하는 용어를 통일하지 않았다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실제 1편 설문에 따르면, 공공언어의 주요 문제 중 하나로 '혼용된 용어'가 꼽히기도 했는데요.
예컨대 메뉴명이나 게시글 제목에선 공공용어인 '누리집'라고 적었지만, 정작 하위 메뉴나 본문에선 비공공용어인 '홈페이지'가 등장하는 식입니다. 이밖에 더 다양한 사례를 살펴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걸까요? 일부에선 조직이나 일선 공무원들의 보수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꼭 그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달 말 킨텍스에서 '2026 공공 AI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지방자치단체의 AI 전환 사례 발표였습니다. 정보화 담당 공무원들이 부족한 예산 속에서 직접 서버를 구하고, 바이브 코딩을 익혀가며 자체 솔루션을 개발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분들의 목소리에서 여느 스타트업 개발자 못지 않은 흥분이 느껴졌거든요.
이런 걸 보면 현장의 의지만을 탓할 수가 없습니다. 공공언어 문제도 마찬가지겠지요.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언어 표준이 없다는 점, 이를 정부가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이 '누구나 쉽게'라는 공공의 가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요.
네, 긴 홍보글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공공언어 실태 진단' 시리즈 많이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