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갑작스러운 일교차에 비염이 도져 고생 중인 장준영입니다.
2년 만에 신발을 바꿨습니다. 기존에 신던 운동화가 해져 새 운동화를 장만했습니다. 똑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검정색 런닝화입니다. 무지외반증인 제 발에 가장 편안한 제품입니다.
신발을 잘 안 바꾸는 편입니다. 신발이 뭔가요, 물건을 잘 안 삽니다. 남들은 유행따라 바꾼다지만, 저는 물건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됐을 때 비로소 교체를 고려합니다. 보통은 그러고도 수 개월을 더 버티다, 아니 정확히는 새 걸 사야 한다는 사실을 매번 까먹다가 어느 순간 제가 봐도 '아, 이건 좀...' 싶을 때 구매를 결심합니다.
헌 운동화를 아직 안 버렸는데요. 주말에 동네 뜀박질할 용도로 집에 보관해뒀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발등이 메쉬 재질인데 군데군데 구멍이 났습니다. 검정 양말일 땐 티가 안나지만 흰 양말을 신으면 구멍난 게 훤히 보입니다. 입구도 엉망진창입니다.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뒷꿈치가 닿는 부분이 다 터져 내부 소재인 누런 스폰지가 훤히 드러나있습니다. 깔창도 발가락 주위가 다 찢어졌고, 강력한 접지력을 자랑하던 밑창은 아기 피부처럼 매끈해진 지 오래입니다.
사실 제 눈엔 아직 더 신을 만해보입니다. 제 머릿속 '헌 신발'의 기준은 영화 '소림축구'에서 주성치가 신고 나오는 운동화입니다. 주성치의 초강력 슈팅을 견뎌내느라 엄지 발가락이 무방비하게 튀어나올 만큼 누더기가 돼 버린, 그럼에도 제 기능을 묵묵히 수행하는 신발인데요. 제 러닝화가 그 정도는 아니니 아직은 바꿀 때가 아니다 싶은 거죠. 그럼에도 사람 만나는 게 일인 만큼 최소한의 사회적 평판을 지키고자 새 운동화를 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럼 신발이 왜 그 모양이 됐느냐 궁금하실 수도 있겠는데요. 아무래도 발에 땀이 나도록 부지런히 취재를 다니다 보니 낡고 허름해졌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그냥 많이 걷는 편입니다. 또 막 걷습니다. 멀쩡한 길로도 다니지만, 멀쩡하지 않은 길로도 다닙니다. 길이 아닌 것 같은 길로도 다니는 것 같습니다. 강남 한복판으로 출근하는데 이상하게 늘 신발에 흙먼지가 묻어 있습니다. 그런데 잘 닦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불성실한 사용자를 만나 2년을 버텨줬으니 이 신발 브랜드 오히려 칭찬해줄 만하네요.
아무튼 새 신발을 산 기념으로 헌 신발을 추억해봤습니다. 화요일 아침부터 얼굴도 모르는 시커먼 남자의 지저분한 신발 이야기 들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다음 신발을 구매할 땐 부지런히 취재 다니느라 해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럼 더 많이 돌아다니는 장준영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