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은 'AI도 모르는 정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와 관련해 이번 휴가에서 새삼 깨달은 점이 있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주 부모님을 모시고 동해안 일대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이번 휴가의 소득이라 하면 부모님께 AI 사용법을 알려드린 건데요. 평소 호기심이 많은 아버지께선 제게 많은 걸 물어보십니다.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무슨 종류인지, 왜 저렇게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건지, 저 바위는 왜 저렇게 생긴 건지 등등요.
당연히 저도 잘 모르죠. 그럴 때마다 구글이나 AI를 켜 대신 검색해 답을 정리해드리곤 했는데요. 그러다 이참에 챗GPT 사용법을 제대로 알려드리기로 했습니다.
잘 활용하시더군요. 음성으로도 묻고, 사진을 올려 질문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러는 김에 저도 이것저것 AI에 물어봤습니다. 속초의 한 시멘트 공장을 지날 땐 공장 전경을 찍은 뒤 석회암이 시멘트가 되는 과정을 설명해달라 하거나, 부산 이기대 근처에 떠 있는 배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습니다.
AI의 좋은 점은 납득이 될 때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시멘트 생산 과정의 경우, 처음 받은 답변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각 설비마다 번호를 매겨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설명해달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탄광에서 캔 돌덩이를 잘게 부수어 열을 가하고 무언가 섞은 뒤 다시 열을 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인포그래픽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주더군요. 제가 프롬프트를 잘 입력하는 편이 아닌데 이거 돼? 저거 돼? 묻는 것만으로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는 게 새삼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 글의 주제는 AI도 모르는 정보잖아요. 휴가 막바지였습니다. 한 공원을 산책하던 중이었죠. 고가 도로 아래를 지나는데 천장에서 비둘기들이 튀어나오더니 떼를 지어 비행하더군요. 비둘기가 까마귀마냥 원을 그리며 나는 건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해 했는데, 아버지도 마찬가지셨던 모양입니다.
"비둘기들이 빙글빙글 날아 다니네."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왜 저러지? 저기 뭐가 있나?"
"AI에 물어볼까요?"
이런 대화를 하며 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앞에서 걷고 계시던 한 아주머니가 한마디 툭 던지셨습니다.
"여기 이상한 아저씨들이 비둘기 밥 줘서 그래요. 사람이 밥 줄까 하고 누가 지나가기만 하면 저렇게 날아다니는 거예요."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했습니다. 비둘기가 선회하는 까닭이 놀라워서가 아니라 저도 모르는 사이에 AI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었는지 문득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한 이름없는 고가 도로 아래 서식하는 비둘기들이 왜 선회 비행을 하는지 AI는 이런저런 타당한 이유를 제시했을 겁니다. 하지만 누군가 밥을 주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하물며 그 주인공이 어떤 '이상한 아저씨들'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짚어내기란 어려웠을 겁니다. 심지어 우리 앞을 걷던 동네 아주머니보다 더 빠르게 답을 주지는 못했겠죠.
이런 '로컬 정보'는 인터넷에 없습니다. 동네 주민들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았던 건 'AI도 알지 못하는 정보'가 내 바로 옆에 존재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로 먹고 사는 놈인데도 말이죠.
AI는 참 유용합니다. 모르는 걸 이해하는 데 이만한 게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때론 사람에게 질문하는 편이 더 빠르고 정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터에서든 일상에서든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독자님들도 오늘만큼은 AI도 모르는, 옆 사람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정보를 얻어가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