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레터 vol. 072] | 2025.07.15
안녕하세요. 떡볶이가 땡기는 오전의 이민호 기자입니다.
저는 원래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데요. 엽떡은 항상 초보맛 이상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덜매운맛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무엇이든 꾸준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증명한 것이죠.
사실 이정도로 성장하기 전까지 저는 집에서 엽떡을 시켜 먹으면 종종 케첩을 찍어 먹고는 했습니다. 어릴 때 케첩이 들어간 떡볶이를 사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게 꽤 맛있었단 말이죠? 그 기억에서 시작된 방법입니다.
여기까지 읽은 구독자분들 중 상당수가 멈칫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미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었거든요. 케첩 디핑 엽떡을 '괴식'이라 치부하는 모진 비난에 부딪힌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 낯섦과 새로움을 경계하기만 하고 부딪히지 않았다면 과연 인류가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인류의 식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한 배경에는 도전적인 태도를 가진 많은 이들의 실험이 존재했을 겁니다.
괴식이라 비난 받는 또 다른 이들이 있다면, 그건 '스프밥'일 겁니다. 물론 저는 스프밥도 좋아합니다. 말 그대로 스프에 밥을 말아 먹는 건데요. 과거 스프밥 숙청에서 살아남은 스프밥 매니아들은 조용히 몸을 숨기고 지금도 스프밥이라는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은거중인 스프밥 매니아들은 제가 먼저 "스프밥 맛있죠"라고 운을 때면 눈동자를 빛내며 정체를 드러내고는 합니다. 그들처럼 저는 세상 어딘가에도 케첩 디핑 엽떡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나와 닮은 누군가를 그리는 서사를 많은 작품에서 다루는 건 그만큼 모두 나와 닮은 존재를 꿈꾸고, 이해 받고 싶기 때문이겠죠? 나아가 다름에 대한 차별 없이 모두가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희망적인 내일을 꿈꾸며, 날도 흐리고 뻐근한 오늘, 여러분도 퇴근 후 스트레스를 날려줄 매콤한 엽떡에 케첩 디핑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의외의 발견으로 신나는 저녁을 보낼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