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7월의 마지막 주에 인사드리는 장준영입니다.
오늘은 생성형 AI가 지배한 제 음악 취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작년 이맘쯤이었나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부터 노래 하나를 추천받았습니다.
익숙한 만화 주제곡이었는데요. 목소리가 뭔가 이상합니다. 확인해보니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질풍가도(쾌걸 근육맨 2세 주제곡)'입니다. 네, 영국 밴드 퀸(Queen)의 리드 보컬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그 프레디 머큐리 맞습니다.
당연히 직접 부른 건 아니고요. 생성형 AI로 만든 노래였습니다. 질풍가도 원곡에 AI로 생성한 프레디 머큐리 목소리를 덧씌운 것이죠. 이런 걸 'AI 커버곡'이라고 부릅니다.
조금 더 찾아보니 비슷한 게 많습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조수미의 '나 가거든'이라든가,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든가,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요네즈 켄시의 'Lemon'이라든가.
한번 시작된 유튜브 알고리즘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계 각국의 프레디 머큐리 AI 커버곡을 제 귀에 쏟아냅니다. 대부분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들이지만 괜찮았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라면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도 심장을 뛰게 만들 테니까요.
AI 커버곡은 꽤 대중적인 콘텐츠입니다. 작년에는 AI 커버곡을 주제로 한 국내 지상파 예능도 나왔다고 합니다. 노래를 듣고 실제 가수가 불렀는지, AI가 불렀는지 추리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AI 콘텐츠에 대한 달라진 대중의 인식을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AI 커버곡을 만드는 법은 이렇습니다. 기존 음원에서 보컬을 따로 추출합니다. 이걸 AI로 만든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변환합니다. 그럼 프레디 머큐리가 무반주로 부른 질풍가도 낭독 버전 비슷한 게 생기는데요. 다시 반주에 맞춰 잘 조합하면 AI 커버곡이 완성됩니다.
이런 제작 방식 때문에 AI 커버곡은 약간의 코믹함이 느껴지는 게 특징입니다. 목소리는 분명 프레디 머큐리인데 창법이나 박자, 호흡, 발음은 한국인의 것이니 그 차이에서 오는 어색함을 숨길 수 없거든요. 그게 웃음을 주고요, 그 탓에 아예 개그 노선을 탄 AI 커버곡도 많습니다. 괜히 서구권 밈의 단골인 프레디 머큐리의 AI 커버곡이 많은 게 아닌가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얼마 전 알고리즘으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AI 커버곡을 추천받았습니다. 프레디 머큐리가 부른 애니멀스의
'The House of The Rising Sun'이었는데, 도중에 노래 제목을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전에 부른 건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웠거든요.
앞서 설명했듯 AI 커버곡은 제작 방식에 따른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음색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를 바꿀 수 없거든요. 이 곡은 달랐습니다. 반주는 물론, 창법과 박자, 호흡, 미묘한 습관까지 진짜 프레디 머큐리 스타일에 가까웠는데요.
알고보니 제작 방식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AI 툴로 멜로디와 가사를 입력해 노래를 새로 생성한 뒤 이를 프레디 머큐리 목소리로 부르게 한 겁니다. 기존 AI 커버곡과 달리, 뼈대가 되는 원곡이 없으니 박자며 리듬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 방법을 활용하면 기존 가수의 목소리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노래를 만드는 것도 가능한데요. 이렇게 만든 노래를 'AI 노래' 또는 'AI 뮤직' 등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취재를 할 때마다 빠르게 발전하는 생성형 AI 기술력을 보며 한편으로는 먼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저를 즐겁게 해주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AI 기술이 그야말로 '여기까지' 왔네요.
해당 영상의 댓글을 보면 퀸 팬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다시는 듣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로 이처럼 다양한 노래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이름모를 유튜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또 흥미로운 노래를 찾아주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들 더위 조심하시고요. 좋아하는 가수의 AI 커버곡을 감상하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