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준영입니다.
지난 디레터 보내드릴 때만 해도 퇴근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하늘이 환했는데요. 이젠 버스탈 때부터 어둑해져있습니다. 아직 무더운데, 여름은 다갔다는 느낌이네요.
어느새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가을을 준비할 때죠. 가을을 맞이하는 좋은 방법을 아시나요? 저는 이 회사 와서 하나 배웠는데요. 바로
ICT 어워드 코리아 수상작을 살펴보며 지난 1년 간의 ICT 서비스 트렌드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어워드 수상기업 보도자료를 수십 개씩 쓰다 보면 이런 기특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대표님, 보고 계신가요?)
처음 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ICT 어워드 코리아는 그해 최고의 ICT 서비스(웹‧앱, 디지털 플랫폼 등)를 선정하는 행사입니다. 올해로 22회를 맞이했고요. 디지털 인사이트가 주관하고 한국정보과학진흥협회가 주최합니다. 낯부끄럽긴 하지만 해당 분야에선 국내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아무튼 이런 ICT 어워드 코리아 2025 시상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8일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데요. 저희 회사의 가장 큰 연례 행사이다보니 대부분의 직원이 밤낮이 바뀐 채 일하고 있습니다. 퇴근하기 미안하게 말이죠.
기자들은 보도 기사 쓰는 것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56개 서비스가 수상했는데요. 그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몇 가지를 디레터 독자님들께 소개해보려 합니다.
1. 시간을 이기는 트랙터 MT9LS트랙터 신제품 캠페인입니다. 해당 트랙터는 600토크, 140마력이라는 국내 최고 사양으로 출시됐습니다. 문제는 경쟁 제품 대부분이 이에 준하는 사양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이에 제작사는 단순 스펙 대신 실질적인 효용을 강조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나온 메시지가 바로 '시간을 이기는 트랙터'. 농민 인터뷰를 통해 고객이 트랙터를 사용하는 이유가 시간 단축에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라고요.
'사용자 관점'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나머지 명쾌함까지 느껴지는 캠페인이었는데요. "옆집은 내일까지 할 일, 오늘 하루에 다" 같은 카피를 보면 농민도 아닌데 트랙터 하나 장만하고 싶어집니다.
2. 생태모방지식 서비스 플랫폼국립생태원에서 만든
생태모방지식 플랫폼입니다. 생태모방은 '자연을 흉내내는 기술 접근 방식'을 말합니다. 도꼬마리 열매의 갈고리 구조에서 착안한 벨크로(찍찍이)나 물총새 부리의 유선형 구조를 본딴 일본 신칸센 디자인 등이 잘 알려진 예입니다. 생태모방은 지속가능한 기술 개발의 핵심 동력으로 꾸준히 주목받고 있지만요. 학문 중심으로 연구되는 데다 방대한 정보가 산재돼 있는 탓에 실제 기술 개발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생태 특성 정보를 보기 쉽게 제공한 것이 바로 이번 플랫폼이라고요.
대학교 4학년 때, 호기심에 청강한 생태학 수업에서 생태모방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과제로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상어 지느러미 비늘의 미세돌기 구조를 활용한 어쩌구 같은 말도 안되는 내용을 써낸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 이 플랫폼이 있었다면 과제가 좀 더 수월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혹시나 싶어 플랫폼에 '상어'를 검색하니 생물 특징 5978건, 특허 424건, 논문 144건이 나오는데, 생태모방사례는 0건입니다. 아무래도 주제 선정부터 잘못됐던 것 같습니다.
3. 범정부 UI/UX 디자인 시스템
우리 정부의 과제 중 하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범정부 UI/UX 디자인 시스템(KRDS) 구축입니다. 공공 웹·앱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통일된 UI/UX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프로젝트죠. 정부 부처 웹사이트마다 디자인 구조가 전부 다르잖아요. 그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을 겪으니 이걸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이처럼 규모도 크고 의미도 있는 프로젝트인데요. 그 결과물을 담은
KRDS 웹사이트가 올해 초 공개됐습니다. 공공 서비스의 디자인 라이브러리, 디자인 토큰, HTML 컴포넌트 키트 등 체계적인 리소스와 가이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디자이너, 개발자, 정부 관계자 등 세 가지 주요 사용자 입장에 따라 정보를 나눠 제공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목적에 충실한 웹사이트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 공공 서비스의 텍스트를 주제로 취재 중이라 여러모로 참고할 내용이 많습니다.
여기까지 인상깊게 본 세 가지 수상작을 정리해봤습니다. 훈격을 살펴보니 GRAND PRIX 1개와 PLATINUM PRIZE 2개네요.
수상작 웹사이트에 들르시면 더 흥미롭고, 멋지고, 잘만든 프로젝트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수상작에 대해선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시상식 이후 우수 프로젝트에 대한 인터뷰 및 분석 기사가 예정돼 있거든요. 그때는 제 썰이 아닌, 실제 제작자 분들의 인사이트 있는 이야기를 담을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저희는 어워드 시상식 준비 잘하고 있겠습니다. 독자님들도 ICT 어워드 코리아 2025 수상작들을 살펴보며 여름의 끝자락을 잘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