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읽고 싶었는데, 마침 선물을 받았거든요.
저는 작년에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3.5km 정도로 회사랑 집이 가까운 편인데, 퇴근길에 한번 뛰어가보자 했던 게 시작이었죠. 작년에는 꽤 열심히 뛰었습니다. 러너 분들에게는 적은 마일리지겠지만, 매달 100km는 넘기려고 했으니까요.
날이 추워지고, 신청했던 하프마라톤을 개인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봄까지 흥미를 좀 잃었습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볍게 5km 정도만 뛰고 있고요.
하루키의 에세이에 관심이 생긴지는 꽤 오래됐습니다. 예전에 <노르웨이의 숲>을 재밌게 읽었거든요. 부쩍 관심이 늘어난 건 몇 달 전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된 탓이고요.
시기적으로는 지금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러닝을 해보지 않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아직 많이 읽지는 못했는데요. 현재 마음에 드는 구절은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때는 평소보다 더 뛴다"는 식의 내용입니다. 사람에게, 또는 자신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그걸 스스로 평소보다 조금 더 뛰며 땀을 내고 몸을 밀어붙이는 과정을 통해 해소한다는 거죠.
이 단락에 공감 가는 건 마음이 답답할 때 뛰면 정말 기분이 나아졌기 때문입니다. 주말 아침 양재천에서 시민의 숲 인근으로 이어지는 길을 10km 정도 달리고 땀이 송글송글한 얼굴로 햇살을 맞으면, 마음의 때라고 할까요? 그런 게 깨끗하게 벗겨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마음의 불안과 같은 어려움을 달리기가 마법처럼 없애주는 건 아닙니다. 집에 돌아가 씻고 시간이 지나면 개운한 마음도 희석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마음이 힘들 때 그렇게 해소하는 건 무척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짐을 스스로나 타인에 대한 화가 아니라 땀으로 털어 내는 거니까요.
지금도 종종 마음이 답답할 때는 달리기를 합니다. 많이는 못 뛰지많요. 여러분도 그럴 때 한 번 뛰어보는 건 어떨까요? 얼마나 빠르게, 또 멀리 뛰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가 뛸 수 있는 거리를, 나만의 속도로 뛰어 보며 땀을 흘려보면 분명 개운할 겁니다.
저도 이번 주말은 하루키의 하와이 러닝을 부러워하며 가볍게 뛰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