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지털 인사이트 김동욱 기자입니다. 평소 기사에선 UI·UX 디자인에 관련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오늘은 색다른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터미네이터>, <에이리언2>, <타이타닉>, <람보2> 등 영화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작들을 제작했고, 최근엔 아바타 시리즈를 한창 제작하고 있는 영화감독이죠. 하지만 그의 영화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닌데요.
바로 1989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던 영화 <어비스>의 경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유일한 흥행 실패작으로 꼽힙니다. 이 <어비스>는 미확인 물체와 충돌해 침몰하게 된 핵잠수함을 조사하기 위해 유전 굴착 기지에 구조팀을 파견하고, 구조 조사 팀이 과정 중에 심해에서 몸이 물로 이루어진 생명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쯤 되면 갑자기 왜 이런 영화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건데요. 오늘 이렇게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어비스> 영화가 우리가 너무나도 익숙한 프로그램, ‘포토샵(Photoshop)'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가 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과거 <어비스> 제작 당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전례 없는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심해 속 물의 움직임과 빛의 굴절을 그가 원하는 수준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당시 CG기술은 지금과 다르게 약간의 특수 효과를 필름과 합성하는 정도였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원하는 것처럼 화면의 주된 피사체까지 마치 현실같이 간섭하고 크게 변화시킬 수준은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만큼, CG 작업을 의뢰받은 ILM(Industrial Light & Magic)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와중 ILM의 슈퍼바이저이었던 존 놀(John Knoll)이 동생 토머스 놀(Thomas Knoll)과 함께 심심풀이로 만들던 픽셀 조작 프로그램을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그렇게 ILM은 수천 톤의 물줄기를 실제로 촬영하는 대신 픽셀 하나하나를 새롭게 조합해 심해의 물결과 빛의 굴절을 그려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만족시켰습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어비스>는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으며 엔딩 크레딧엔 특수 효과 감독으로 존 놀의 이름이 나오죠.
이렇게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확인한 존 놀은 애플과 어도비를 찾아가 프로그램을 시연했고, 이들 중 어도비가 라이선스를 구매해 포토샵이란 이름을 붙여 제품 고도화를 이뤄냈고, 1990년 2월 19일 마침내 포토샵 1.0 버전이 나오게 됩니다.
이후 포토샵은 사진 보정, 그래픽 디자인, 디지털 아트, 심지어 웹과 모바일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범용 도구로 발전했습니다. 영화 현장에서 출발한 도구가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업계의 표준이자 상징이 된 것입니다. 이는 실제로
어도비 공식 블로그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일화이기도 한데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포토샵이 사실은 심해 속 신비로운 생명체와 물의 움직임을 구현하려는 영화 제작진들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자’ 하는 집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생각할수록 놀랍지 않나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매일의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고안한 툴이나 기능은 없으신가요? 어쩌면 지금 여러분이 만들었거나, 생각하고 있는 작은 디자인 툴킷이나, 디자인 매크로 기능이 언젠가 또 다른 ‘포토샵의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