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휴 이후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리는 김동욱 기자입니다. 긴 연휴 동안 다음 뉴스레터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여러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문득 플레이하고 있던 게임에서 힌트를 얻게 됐습니다. 여러분들은 게임 업계의 얼리 액세스 문화에 대해 아시나요?
이름 그대로 얼리 액세스(Early Access)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접근·사용 권한을 제공하는 형태의 문화인데요.
물론 완성되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일부를 미리 공개하는 형태는 여러 다른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게임 업계 얼리 액세스의 특징은 바로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유료로 판매하고, 그 미완성의 불안정함을 감수하면서 개발 과정에 동참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단순한 사전 체험이 아닌 개발자와 유저가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는 문화이자 수익 구조 모델인 겁니다.
이런 얼리 액세스 문화는 자금 확보 및 테스터, 피드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개발자들에게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 갈수록 많은 여러 인디 게임들이 정식 출시 전에 얼리 액세스를 통해 개발 자금 및 피드백을 확보하는데요.
유명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의 알덴 크롤 엔지니어는 "현재 스팀에서 판매되는 무려 1만 4000개가 넘는 게임들이 얼리 액세스로 제공되고 있다"며"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게임들이 얼리 액세스 모델을 채용하고 있다"라고 밝혔을 정도죠.
그렇다면 이런 얼리 액세스 문화를 다른 산업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왜 게이머들은 미완성된 제품을 돈까지 주고 구매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에는 게임이라는 매체의 속성, 게이머라는 독특한 사용자 특징 등이 결합된 결과에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게임의 경우 자동차, 음식, 전자제품 등의 실물 제품들과 다르게 디지털 콘텐츠로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사용자인 게이머들 역시 미완성인 게임을 경험하고, 게임 개발에 기여하고 게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행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요.
실제 유명 해외 게임 웹진 PC 게이머는 얼리 액세스가 게이머들에게 자신의 의견과 피드백이 개발에 반영돼 게임을 바꾼다는 참여 보상과 게임 개발 과정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얼리 액세스가 긍정적인 효과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특히 대표적인 부작용이 게임의 완성이 아닌 돈에만 목적을 둔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단순 개발 기간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심지어 개발을 완료하지 않고, 중간에 만족할 만한 수익만 챙긴 채 개발을 멈추고 스튜디오의 문을 닫거나 잠적하는 개발자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먹튀' 게임들이죠.
실제 <데이버 더 다이버> 게임 개발을 이끈 황재호 민트로켓 대표는 지난 IGC 2023에서 "얼리 액세스는 대충 재봉질이 덜 된 옷을 대충 가져다 파는 것이 아니라, 재질, 색상 등을 보여주고 옷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마하며 얼리 액세스로 미완성된 제품 문제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런 얼리 액세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리스크와 부작용이 큰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참고로 저는 여러 얼리 액세스 게임을 해봤기에 얼리 액세스 모델 자체엔 긍정적으로 판단하지만, 개발사들 역시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